"충돌없는 경쟁"만 합의한 美·中 정상

입력 2023-11-16 18:30   수정 2023-11-17 02:04


미국과 중국 정상이 그동안 양국 갈등으로 중단된 군사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간 고위급 외교를 이어가고 정상 간 ‘핫라인’도 개설하기로 했다. 대만과 수출 통제 문제 등에선 이견을 보였지만 양국이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방화벽’은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만나 네 시간 넘게 양국의 관심사와 글로벌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뒤 1년 만에 재회한 두 정상은 양국의 갈등을 줄일 필요성을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충돌과 대치는 양국 모두에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공감대 속에 두 정상은 양국의 관계 악화로 단절된 군사 소통 채널을 복원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군사 대화 라인을 단절했다. 하지만 두 정상의 합의로 양국 국방장관 및 합참의장 간 고위급 대화 채널을 복구하고 국방부 실무회담도 재개하기로 했다.

나아가 두 정상은 정상 간 직통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어 “두 사람 중 누구든 양국 간 내용이나 우리 역내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지 우려 사항이 생기면 전화기를 들어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면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문제에서도 일부 접점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 시 주석은 수년 내 대만을 침공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2027년이나 2035년에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 등이 있는데 시 주석은 전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두 정상이 회담을 통해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양국 관계에 방화벽을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차 멋지다"…시진핑 "중국산 훙치"
펜타닐 차단 공조·AI 협력 합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그동안 해온 대화 중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의 표현대로 일부 영역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규제에 협력하기로 한 게 대표적 예다. 양국은 사법당국 간 마약 대응을 공조할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 펜타닐과 관련해 정책·사법 공조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펜타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지를 보여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교류를 늘린다는 원칙에도 동의했다. 내년 초 양국 간 항공편을 대폭 늘리고 유학생과 문화·체육 교류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또 두 정상은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논의한 뒤 양국 정부 간 관련 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양국이 AI 기술을 핵무기 등에 도입하지 않기로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관련된 합의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정상회담이 열린 저택 앞에 주차된 시 주석 의전차량을 보고 바이든 대통령이 “차가 정말 멋지다”고 말하자 시 주석은 “나의 훙치(紅旗)다. 중국산이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허리를 숙여 차량 내부를 본 뒤 감탄사를 내뱉으며 “내 캐딜락과 비슷하다”고 했다. 시 주석 의전차량은 중국산 최고급 자동차 ‘훙치 N701’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에도 정원을 산책하며 담소를 나눴다. 펑리위안과 생일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부인의 생일을 축하드린다”고 했고, 시 주석은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아내의 생일이 다음주란 것을 잊고 있었다. 일깨워줘 고맙다”고 화답했다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 등이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최진석/워싱턴=정인설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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